국제유가가 올라도 가공식품과 배송비 같은 간접 품목은 대개 1~3개월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된다. 원유값이 경유·물류비와 석유화학 포장재라는 두 경로를 거쳐 장바구니에 닿기 때문에, 유가 급등 직후 마트 물가가 잠잠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밀키트, 수입 원료 가공식품, 플라스틱 포장 음료, 택배 요금을 1~2개월 뒤 기준으로 살피면 인상 시점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9월 5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6척을 공격하면서, 미국-이란 충돌이 다시 유가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마트 진열대 가격이 그날로 바뀌지는 않는다. 원유값이 소비자가격까지 도달하는 데는 보통 1~3개월이 걸린다. 수입물가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잡히고, 그게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Photo by Tiry Nelson Gono on Unsplash
기름값은 두 경로로 가공식품과 배송비에 스며든다. 하나는 경유다. 트럭과 선박이 쓰는 경유가 오르면 물류비가 오르고, 이게 가공식품 출고가와 택배·배송비에 얹힌다. 다른 하나는 포장재다. 페트병, 비닐, 플라스틱 용기는 원유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제품이라, 유가가 오르면 포장 원가도 따라 오른다.
지난 상승기에 경유는 한 달 새 17%(3월 기준) 올랐다. 앞선 급등기에는 휘발유 21%, 경유 30%대까지 뛴 적도 있다. 화물 운임에 붙는 유류할증료는 직전 대비 2.7~3.5배로 튀었다. 경유가 물류비의 큰 몫을 차지하는 냉장·냉동 유통에서는 이 상승분이 결국 어딘가의 가격에 얹힌다.
반영 속도는 품목마다 다르다. 국가데이터처 설명으로는 유가가 구조적으로 1~2개월 안에 항공료에 먼저 닿는다. 항공유 가격이 직전 두 달 평균 시세를 반영하는 구조여서다. 그다음이 수입 농축산물이고, 가공식품은 여기서 더 늦다. 계약 단가와 재고가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 재고가 빠지고 재계약 시점이 와야 가격표가 바뀐다.
그래서 유가가 오른 직후 가공식품 물가가 잠잠하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실제로 최근 상승기에도 가공식품 상승률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과 농산물 공급 덕에 1.0%로 눌려 있었다. 이건 유가 영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다른 요인이 상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으로는 유가가 10% 오르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높아진다. 전체 물가 평균이라 작아 보이지만, 경유와 물류 의존도가 큰 냉장·냉동 배송 식품이나 수입 원료 가공식품은 체감 폭이 이보다 크다. 여기에 환율이 겹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유가와 달리 환율은 수입 계약 전반을 밀어 올려서, 두 요인이 같이 움직이면 반영 시점이 겹치며 체감 인상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 국면에서는 수입 원료값이 유가와 환율 양쪽에서 동시에 밀린다.
유가 급등 뉴스가 나오면 그 주가 아니라 1~2개월 뒤 장바구니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 맞다. 재고가 소진되고 재계약 시점을 지나며 가격이 조정되는지, 특히 배송비와 포장 의존 품목부터 확인하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