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와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지만 가공식품·생필품 가격은 아직 그대로다. 유가 상승분은 주유소엔 2~3주, 물류비를 거치는 가공식품엔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가격표가 바뀌지 않은 지금 몇 주가 보관 쉬운 생필품 점검과 주유 타이밍을 챙길 대비 시점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나란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하루 상승폭만 6%가 넘는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원유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는 소식이 겹친 결과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가 막히자 유가가 튀어 올랐다.
그런데 정작 마트 진열대 가격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가 오른다고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가격표가 바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옮겨붙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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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품목마다 반영 속도가 다르다. 가장 빠른 건 주유소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국제 시세에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정유사가 1~2주 전 사둔 재고를 먼저 팔고, 그 재고가 소진돼야 새 가격이 붙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공식품과 생필품은 이보다 훨씬 느리다. 유가는 곧바로 소비자가로 오지 않고 물류비와 원자재비를 거친다. 운송비가 오르고, 포장재·원료 단가가 오르고, 제조사가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고, 그것이 유통을 거쳐 진열대에 닿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도 유가가 석유류 외 공산품·서비스 같은 근원 품목으로 번지는 영향은 초기엔 작아도 더 오래 지속된다고 봤다. 지금 유가 급등이 장바구니에 체감되는 건 올해가 아니라 내년 초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달 순서에는 규칙이 있다. 석유류에 직접 연동되는 항목이 먼저, 운송·물류 비중이 큰 품목이 그다음, 가공식품이 마지막이다.
주유비 다음으로 빠른 건 운송이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항공료는 항공유 가격에 민감해 유가 상승분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반영된다. 택배·배송비, 그리고 신선식품처럼 매일 트럭으로 옮기는 품목도 물류비 상승을 빠르게 전한다. 반대로 라면·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은 원료 계약과 재고가 완충 역할을 해 가장 늦게, 그러나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방식으로 오른다.
이번엔 소비자 단계보다 앞선 지표에서 이미 신호가 나왔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7월(4.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만큼, 상류에서 비용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가격표가 바뀌지 않은 이 몇 주가 대비할 시간이다. 무리한 사재기는 답이 아니지만, 몇 가지는 지금 확인해둘 만하다.
유가 100달러가 곧바로 장바구니 물가는 아니다. 다만 상류의 비용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마트에 닿는 건 시간문제다. 가격표가 그대로인 지금이 오히려 준비하기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