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PVC·가소제·가성소다 등 8개 석유화학 원료 가격을 수년간 담합한 혐의로 LG화학·한화솔루션·OCI 등 7개사와 경영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규모는 15조 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다. 이들 원료는 바닥재·랩·완구 같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세제의 기초 재료여서, 원료 단계의 담합은 최종 소비재 가격의 바닥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다만 수사가 아직 혐의 단계이고 처벌이 확정돼도 이미 오른 소매가는 곧바로 내려가지 않으므로, 원료가 하락이 실제 제품값에 반영되는지 시차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9월 14일 석유화학 원료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경영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유신 OCI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고, 앞서 8월 5일에는 7개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혐의 대상은 LG화학,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7곳이다. 이들이 수년에 걸쳐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품목의 가격 인상을 미리 짰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규모는 15조 원 이상으로, 검찰이 수사한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다. 다만 아직 수사·기소 단계일 뿐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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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낯설지만 쓰임새는 가깝다. 가소제는 딱딱한 PVC를 무르고 가공하기 쉽게 만드는 첨가제다. 이 둘이 만나 바닥재, 벽지, 포장용 랩과 필름, 호스, 신발, 가방, 완구·문구가 된다. 집 안을 둘러보면 어느 방에나 하나쯤은 있다.
가소제 하나만 해도 프탈레이트계·에폭시계 등 종류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벽지와 인조피혁부터 자동차용 실란트까지 폭넓게 들어간다.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는 세제와 비누를 만드는 기초 원료이자 종이·알루미늄 공정에도 쓰이는 범용 화학물질이다. 염산 역시 세정과 중화용으로 널리 쓰인다. 요컨대 이번 담합 품목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세제류'의 출발점에 놓인 소재들이다.
원료 담합이 곧바로 마트 가격표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다. 원료는 컴파운드와 성형을 거쳐 완제품이 되고, 제조사와 도매, 소매를 지나 소비자에게 온다. 단계마다 인건비·물류비·마진이 더해지므로, 원료가 최종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품목마다 다르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가장 아래 단계인 원료값이 담합으로 높게 유지되면, 그 위에 쌓이는 모든 가격의 바닥이 함께 올라간다. 완제품 원가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그 영향은 소비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가된다. 생활용품값이 한 번 오른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배경에 이런 원료 구조가 자리한다.
여기서 소비자가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담합이 적발되고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해서 물건값이 곧장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 처벌은 과거 행위를 겨냥한 것이라 이미 형성된 소매가를 강제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둘, 원료가가 떨어져도 완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고, 그 사이 유통 단계에서 흡수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켜볼 지점은 적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이다.
원료 단계의 담합은 소비자가 가장 체감하기 어려운 형태의 가격 인상이다. 완제품 라벨 어디에도 원료값 담합이라는 문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는 처벌 수위보다, 그 효과가 소매가까지 실제로 내려오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