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원가 상승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리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41개 업체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이 중 농축산물 유통업체가 23곳으로 가장 많다. 허위 원가 계상과 사주 일가로의 이익 유출 사례는 가격 인상 명분과 실제 이익 흐름이 따로 놀았다는 의심을 보여준다. 다만 조사는 탈세를 겨냥한 것이라 실제 소비자가 인하로 이어질지는 추징 규모와 가격 변화를 따로 지켜봐야 한다.

마트 영수증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업체들은 원재료비가 올랐다는 이유를 든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는 그 설명의 뒷면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눈여겨볼 만하다.
국세청은 추석을 앞둔 9월 중순, 의식주 관련 물가 불안을 부추기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들이 대외 불안 요인을 원가 절감으로 흡수하기보다 오히려 가격을 올리면서, 동시에 세금까지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Denniz Futalan
이번 조사가 배달 수수료 문제로만 좁게 알려진 면이 있지만, 실제 구성은 더 넓다.
| 업종 | 업체 수 | 국세청 지적 |
|---|---|---|
| 농축산물 유통 | 23곳 | 장바구니 부담 가중 |
| 가공식품·외식·배달 | 16곳 | 원가 부담 과도한 전가 |
| 패션 플랫폼 | 2곳 | 지배적 지위로 가격 인상 유발 |
주목할 부분은 농축산물 유통업체가 23곳으로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종 판매대에 오르기 전 단계, 즉 유통 과정을 정조준했다는 뜻이다. 규모로 보면 중견기업이 8곳, 중소기업이 33곳이다. 배달의민족과 무신사, 풀무원처럼 이름이 익숙한 기업도 포함됐다.
세금 탈루가 어떻게 소비자 가격과 얽히는지는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에서 드러난다.
한 종합식품업체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해외 법인의 인건비 50억원을 대신 부담하고 500억원대 자금을 선급금 명목으로 변칙 지원한 뒤 이자 60억원을 받지 않았다. 한 배달 플랫폼은 국내에서 1조원대 이익을 내고도 세금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익을 넘긴 혐의를 받는다. 패션 플랫폼은 입점 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부당하게 물리거나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것으로 지목됐다.
핵심은 이렇다. 업체가 '원가가 올랐다'며 가격을 올리는 동안, 장부에서는 허위 원가 계상과 거짓 세금계산서로 이익을 축소해 세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원가 상승이라는 명분과 실제 이익 흐름이 따로 놀았다는 의심이다. 이런 비용과 마진이 유통 단계마다 얹히면,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치르는 값에 반영된다.
이익을 회사 밖으로 빼돌리는 방식도 구체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 패션 플랫폼은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빌려 사주가 사적으로 거주했고, 한 식품기업은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가 낼 경비를 대신 지출했다. 한 프랜차이즈는 사주의 개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비용으로 둔갑시켰고, 일부 계란 생산 농가는 수십억원대 수익을 사업용이 아닌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런 지출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혀 이익과 세금을 줄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에는 반영되는 비용이 정작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사주 일가로 흐른 셈이다.
여기서 냉정하게 구분할 것이 있다. 세무조사는 탈세를 겨냥한 것이지, 가격을 직접 내리는 조치가 아니다. 국세청도 조사 방침을 밝혔을 뿐, 이번 조사가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사가 곧 영수증 부담 완화로 직결된다고 기대하는 건 성급하다.
다만 방향은 읽힌다. 국세청 조사국장은 차명계좌나 거짓 세금계산서 같은 조세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즉시 조세범칙 사건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쓰인 '원가'가 얼마나 부풀려졌는지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로서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조사 결과 실제 추징 규모가 얼마로 확정되는지, 조세범칙으로 전환되는 업체가 나오는지, 그리고 조사 이후 해당 품목의 소비자가에 변화가 생기는지다. 값이 곧바로 내리지 않더라도, 가격 인상 명분의 진위가 검증된다는 점 자체가 이번 조사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