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5월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에 역대 담합 최대인 과징금 6710억원과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밀가루값이 내려도 라면은 팜유·포장재 비중이 커 가격 인하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고, 밀가루 함량이 높은 국수·빵류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 제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은 B2B 가격 조정과 소비자가격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품목별 단가를 비교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밀가루값이 내려도 라면값은 쉽게 따라 내리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5월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에 역대 담합 사건 최대인 671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가격을 다시 정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래도 라면 한 봉지 값이 바로 움직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라면·빵·분식을 자주 사는 가구라면 담합이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되는 경로부터 알아두면 판단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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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담합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사는 밀가루가 아니라, 제분사가 라면·제과·제빵업체에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가격에서 벌어졌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24차례에 걸쳐 공급가격과 물량을 함께 정했다. 이들의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87.7%에 이른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별도로 담합 이전 수준으로 가격을 되돌리는 '가격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각 제분사는 3개월 안에 스스로 가격을 다시 정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매월 밀가루 가격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즉 제도는 B2B 단계의 밀가루값을 끌어내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문제는 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까지 내려오느냐다.
밀가루값 변화에 민감한 정도는 품목마다 다르다. 핵심은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라면은 생각보다 밀가루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업계 추정치를 보면 라면 원가에서 밀가루는 약 20% 수준이고, 라면을 튀기는 팜유가 또 20%가량을 차지한다. 포장재가 20~25%, 수프 등 식재료가 10~15%, 나머지는 광고·물류·판촉비다.
| 라면 원가 항목 | 추정 비중 |
|---|---|
| 밀가루 | 약 20% |
| 팜유 | 약 20% |
| 포장재 | 20~25% |
| 수프 등 식재료 | 10~15% |
이 숫자는 2021년 무렵 업계 추정이라 지금과 다를 수 있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밀가루값이 내려도 팜유·포장재 같은 다른 원가가 버티면 라면값은 잘 안 움직인다. 반대로 국수·수제비·일부 빵처럼 밀가루 함량 자체가 높은 품목은 밀가루값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
담합 조사가 본격화한 뒤 밀가루·설탕·전분당 가격은 잇따라 인하됐다. 그런데도 가공식품 가격이 눈에 띄게 내리지 않는 데는 다른 원자재 사정이 있다.
팜유 같은 라면 핵심 원료의 국제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밀가루값 인하분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가루 하나만 내렸다고 완제품 가격을 내릴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는 하방경직성도 작동한다.
정리하면 'B2B 밀가루값 인하'와 '소비자가 인하'는 같은 말이 아니다. 전자는 제도가 밀어붙였지만, 후자는 다른 원가와 업체 판단에 달려 있다.
라면·빵값이 언제 내릴지는 소비자가 통제할 수 없다. 대신 당장 쓸 수 있는 비교 기준은 있다.
밀가루 담합 제재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라면·빵값 인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확정된 것은 과징금과 가격재결정 명령이고, 소비자가가 어디까지 내려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전망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