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기요금에 닿는 주된 통로는 발전소가 아니라 송·변전망 같은 전력망 투자비(계통비)로, 이는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작동하는 중장기 변수다. 당장의 고지서는 재생에너지보다 국제 연료비와 요금 동결 같은 정책 결정이 더 크게 좌우하며, 한전은 부채 210조원 속에 2026년 요금을 동결했다. 요금 뉴스는 발전 원가와 전력망 비용을 나눠 보고, 동결을 해결이 아닌 미루기로 읽으면 재생에너지의 영향을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전기요금 뉴스에 재생에너지 이야기가 자주 붙지만, 당장 이번 달 고지서를 흔드는 건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지금 요금을 결정하는 건 국제 연료비와 정부의 요금 동결·인상 결정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2022년 3분기부터 15개 분기 연속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에 묶어 두고, 2026년 1분기와 4분기 요금도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동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 한 달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작동하는 중장기 변수다. 이 둘을 섞어 읽으면 "재생에너지 때문에 이번 달 요금이 올랐다"는 식의 오해가 생긴다.

Akashni Weimers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는 어디로 요금에 닿을까. 핵심은 발전소가 아니라 전력망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원전·화력처럼 한곳에 대용량으로 짓는 게 아니라, 규모가 작고 여러 곳에 흩어져 배전망에 연결된다. 보급이 늘수록 송·변전망과 배전망을 더 깔아야 하고, 이 투자비가 요금 원가에 반영된다.
전문가들이 '시스템 비용' 또는 '계통비'라고 부르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즉 요금 압력은 재생에너지 발전 그 자체보다, 그걸 받아내는 망을 새로 까는 데서 나온다.
계획상 숫자는 작지 않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4년 약 9%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8년 29.2%까지 끌어올리고, 약 87.4GW 규모의 설비를 새로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만큼 늘리려면 전력망 투자도 따라 커진다. 투자 규모 추계는 범위를 짚는 보도마다 달라서, 전력망 보완에 47조원가량이 든다는 추계부터 송·변전망에 2038년까지 70조원대가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공통점은 수십조원대라는 점이다. 여기에 한전은 이미 부채가 210조원을 넘겨, 이 비용을 요금에 다 반영하기도, 반영하지 않고 버티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오해를 하나 더 풀어야 한다. 발전 원가만 보면 태양광·풍력 단가는 오히려 내려가는 추세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비싸서 요금을 올린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올리는 건 발전 단가가 아니라 망·계통 비용 쪽이다.
또 지금 고지서의 등락은 재생에너지보다 연료비와 정책 결정에 훨씬 민감하다. 재생에너지 영향은 설비와 망이 실제로 깔리는 속도만큼, 여러 해에 나눠 조금씩 나타난다. 올해 요금이 동결됐다고 재생에너지 비용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반영이 미뤄지고 있을 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전기요금 기사를 볼 때 기준은 세 가지로 나누면 된다.
첫째, '발전 원가'와 '전력망 비용'을 구분한다. 재생에너지 관련 요금 상승은 대부분 후자다. 둘째, '동결'이라는 단어를 해결로 읽지 않는다. 한전의 재무 부담이 그대로 쌓인다면, 동결은 지금의 부담을 뒤로 미루는 선택에 가깝다. 셋째, 수치가 나오면 기준 연도와 범위를 확인한다. 2030년 목표인지 2038년 목표인지, 송·변전망만인지 전력망 전체인지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만 구분해도, 재생에너지가 내 요금에 닿는 경로와 속도를 훨씬 차분하게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