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산업용부터 적용되고 가정용은 이번 개편에서 빠졌다. 가정용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요금을 매기는 단일요금·누진제 구조여서, 지역별로 값을 달리하면 사는 곳에 따라 같은 사용량에도 요금이 갈리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분산에너지법의 소매요금 차등 로드맵과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 검토가 남아 있어, 이 논의가 가정용으로 번질지는 두 축의 진행을 지켜봐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소식에 가정에서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내 고지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개편의 대상은 산업용 전기이고, 주택용, 즉 가정용은 빠졌다.
정부가 산업용부터 손대는 이유는 요금 수준에 있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약 181원으로, 중국과 미국의 산업용 평균인 120원대보다 눈에 띄게 비싸다. 단순 비교로도 5할가량 높은 셈이라,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기업이 짊어지는 이 부담을 낮춰 지방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발전소가 몰린 지방의 산업용 요금을 깎아 주는 방식이라, 정책 효과가 곧바로 기업에 닿는다.
가정용을 함께 건드리지 않은 데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지역에 따라 가정 전기료가 달라지면 곧장 형평성 논란으로 번진다. 실제로 가정용을 뺀 설계를 두고 "지역 보상이라는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Robert So
가정용과 산업용은 요금이 매겨지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가정용은 전국 어디에 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단일요금에, 많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얹혀 있다. 서울에 살든 부산에 살든 같은 사용량이면 같은 요금이 원칙이다. 여기에 지역별 차등을 넣으면, 똑같이 300kWh를 써도 사는 지역에 따라 청구액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는 거주지 때문에 요금이 갈리는 셈이라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산업용은 대규모 사용자와 계약 단위로 요금을 정하는 구조라, 권역을 나눠 단가를 달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같은 전기라도 두 요금제는 설계 논리가 다르고, 그래서 지역 차등이라는 카드를 산업용에 먼저 꺼낸 것이다.
한 가지 구분할 점이 있다. 가정용을 두고 논의되는 개편은 지역별 차등이 아니라 시간대별 요금이다.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엔 싸게, 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엔 비싸게 매기자는 방향으로, 지역이 아니라 사용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축이 다른 이야기다.
이번만 놓고 보면 가정 고지서에 당장 반영될 변화는 없다. 다만 가정용이 영원히 논외라고 보기도 어렵다.
제도의 뿌리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2025년 도매요금, 2026년 소매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한다는 일정표를 담고 있다. 소매요금에는 가정용도 포함되기 때문에, 로드맵대로라면 언젠가 가정용 차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이 일정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뤄져 왔고, 산업용조차 공청회 단계라 가정용까지 오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가정에서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지금 가정 요금표는 그대로다. 하지만 산업용에서 시작된 지역 차등이 어디까지 넓어질지는 아직 열려 있고, 그 방향을 미리 읽어 두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