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8월 중순 호르무즈 리스크로 다시 뛰었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는 리터당 1,866원으로 12주 연속 내렸는데, 이는 2~3주의 반영 시차 때문이다. 원유 운송에 20일이 걸리고 세금 비중이 커서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만큼 빠르게 요동치지 않으며, 상승분은 이달 말 이후 주유소에 나타날 수 있다. 급등이 며칠짜리인지 2~3주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경유값을 운송비·가공식품 물가의 선행 지표로 삼아 지출을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제유가와 국내 주유소 가격 사이에는 보통 2~3주의 시차가 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긋나 보인다. 8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는 리터당 1,866원, 경유는 1,849원으로 12주 연속 내렸다. 반면 국제유가는 8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UAE 유조선이 피격되고 미국이 이란 제재를 예고하면서 다시 뛰었다. 지금 내리는 값은 그 이전, 국제유가가 협상 기대로 빠지던 때의 하락분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다. 이번 상승분은 아직 주유소에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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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가 생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동에서 원유를 사서 배로 실어오는 데만 약 20일이 걸린다. 정유사는 그 원유를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고, 주유소는 이미 확보한 재고를 먼저 판다. 그래서 오늘 오른 국제 시세가 내가 넣는 기름값에 나타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최근 며칠의 급등이 단발성 놀람에 그치면 주유소 값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호르무즈 긴장이 몇 주 이어져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8월 말에서 9월 사이 주유소 가격이 방향을 틀 수 있다.
국내 기름값이 국제유가만큼 요동치지 않는 데는 세금이 있다. 주유소 가격은 원유값과 운송비,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정유사·주유소 마진, 그리고 유류세가 더해져 정해진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국제 시세와 무관하게 정액에 가깝다. 소비자가가 1,800원대일 때 그중 상당 부분이 세금이라, 국제유가가 오르내려도 실제 판매가의 변동 폭은 그만큼 크지 않다.
한 가지 더. 값은 오를 때 빨리, 내릴 때 천천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주유소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고, 하락은 재고와 마진을 이유로 더디게 내려온다. 이번처럼 유가가 다시 오르는 국면에서는 이 비대칭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기 쉽다.
유가 상승이 지갑을 누르는 경로는 주유비 하나가 아니다. 경유값이 오르면 화물 운송비가 오르고, 그 비용은 마트에 깔리는 가공식품과 배송비 원가로 옮겨간다. 시차는 주유소보다 더 길지만 방향은 같다.
물가 지표에도 흔적이 남는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6월(3.2%)보다 낮아졌는데, 석유류 상승세가 잠시 둔해진 게 이유였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이 개선 흐름은 되돌아설 수 있다. 유가는 물가의 방향을 먼저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당장 사재기하듯 주유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오히려 값이 내려 있는 구간이다. 대신 다음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핵심은 지금 내린 값에 안심하기보다, 시차를 두고 다가올 반영분을 미리 계산에 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