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다시 발생해 살처분이 시작되면서 겨울마다 반복되는 계란값 상승 경로가 또 열렸다. 계란이 외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상승은 인건비·임대료 부담과 겹쳐 메뉴 가격 인상의 방아쇠가 되고, 한번 오른 값은 원가가 내려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이 들썩일 때는 한 판이 아니라 개당 단가로 비교하고 마트 행사가와 수입란 같은 대체 선택지를 함께 보면 체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1월 들어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나왔다. 경기 연천의 한 농장에서 발생이 확인돼 닭을 살처분했고, 주변 농가로 이동제한과 집중 소독이 번지고 있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계란값 상승의 입구가 또 열린 셈이다.
그런데 계란값이 뛰면 왜 빵, 김밥, 카페 디저트 값까지 같이 오를까. 답을 먼저 말하면, 계란 원가 하나 때문이 아니다. 계란값 상승은 '신호'에 가깝고, 외식·가공식품은 그 신호에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얹어 가격을 올린 뒤 좀처럼 되돌리지 않는다.
Photo by Yeh Xintong on Unsplash
이번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겨울에도 산란계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올해 봄부터 계란값이 크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기준 특란 한 판(30개) 소비자가격은 3월 7,045원으로 1년 전보다 16.6% 높았고, 6월에는 7,400원 안팎까지 올랐다. 지역에 따라 8,000원을 넘긴 곳도 있었다. 여름에는 한 판 1만 원을 입에 올리는 보도까지 나왔다.
경로는 단순하다. 겨울 AI로 닭을 대량 살처분하면 알 낳는 닭 자체가 줄고, 공급 부족이 소매가격으로 번진다. 살처분된 산란계가 다시 알을 낳기까지 몇 달이 걸려서,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 필요가 있다. 외식 메뉴 원가에서 계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식품업계에서도 "원재료 중 계란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말한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진짜 무게는 유가와 환율, 부자재, 인건비처럼 전방위로 오른 비용 쪽에 있다.
그래서 계란값 급등은 원인이라기보다 방아쇠에 가깝다. 누적된 비용 부담을 한 번에 반영할 명분이 생기는 시점이 바로 이런 때다. 실제로 계란·닭고기 수급이 불안하던 올해, 한 치킨 브랜드는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800g에서 700g으로 줄였다. 가격표는 그대로지만 양이 줄었으니 사실상 인상이다. 이런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까다롭다.
외식값의 특징은 비대칭이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도 메뉴값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계란 하나가 싸졌다고 전체 제조원가가 낮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함께 얹혀 있고, 이 비용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가게 입장에서는 올릴 때 다 반영하지 못한 비용까지 생각하면 다시 내릴 유인이 적다. 소비자가 "원가 내렸다는데 왜 그대로냐"고 느끼는 지점이 여기다. 게다가 반영에는 시차가 있다. 겨울 살처분이 봄 소매가를 밀어 올리고, 그 원가가 식당·카페 메뉴판에 닿기까지는 다시 시간이 걸린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하지만 효과가 있다. 먼저 계란은 '한 판 가격'이 아니라 개당 단가로 비교한다. 10개들이와 30개들이, 브랜드란과 수입 신선란의 개당 값이 꽤 다르다. 올해도 대형마트 행사가로 30구를 6,000원대에 내놓거나, 온라인에서 수입란을 8,000원 아래로 파는 경우가 있었다.
외식도 마찬가지다. 같은 메뉴라도 체인과 동네 가게의 인상 폭이 다르고, 중량이 슬그머니 줄었는지 확인하면 체감 부담을 가늠할 수 있다. 참가격 기준으로 봄에 김밥은 3,800원, 냉면은 1만2천 원대까지 올라 있었다. 계란이 꼭 들어가야 하는 메뉴라면 몰라도, 대체가 가능한 선택이라면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소비 품목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급이 회복되기 전까지 이번 겨울값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