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연속 내려온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이 9월 첫째 주 리터당 1,860.2원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두바이유는 배럴당 99.9달러로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의 하락세와 이미 오른 국제가는 시점이 어긋나 있다. 9월 중순 오피넷 주간 가격과 두바이유·호르무즈 상황을 함께 보면 하락세가 꺾이는 순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기준으로 9월 첫째 주(8월 30일~9월 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860.2원이었다. 전주보다 1.1원 내리며 5월 셋째 주 이후 16주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경유도 1,844.5원으로 0.8원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주 국제유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99.9달러로, 전주 92.3달러보다 7.6달러 뛰었다. 8월 첫째 주 79.8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새 약 20달러가 올랐다. 국내 주유소 가격표와 국제 시세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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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긋남의 열쇠는 시차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된다. 정유사가 원유를 사서 들여오고, 정제해 대리점과 주유소로 넘기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주유소 전광판에 찍히는 가격은 8월 중순 전후, 그러니까 국제유가가 아직 낮던 시기의 원유 가격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급등한 국제가는 아직 주유소 가격에 들어오지 않았다. 16주 연속 하락은 과거의 관성이지 현재 시세가 아니다.
국제유가를 밀어 올린 직접적 계기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다. 9월 5일 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승인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미국 연계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소유 유조선 3척을 격침한 데 대한 재보복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이고,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하르그섬을 거친다. 이 길목이 불안해지면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가 뛴다. 이번 두바이유 급등도 여기서 비롯됐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곧바로 국내 가격 반등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변수다. 같은 시기 환율은 달러당 1,350.4원으로 내렸는데, 원화가 강해지면 같은 달러 유가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입 부담은 줄어든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서로 반대로 작용한다.
정리하면 방향은 상승 쪽으로 기울었지만 폭은 아직 열려 있다. 국제유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시차를 감안할 때 9월 중순부터 국내 주유소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충돌이 진정되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반등이 완만해질 수 있다.
하락세가 실제로 끝나는지 미리 감지하려면 세 가지를 순서대로 보면 된다.
먼저 매주 발표되는 오피넷 주간 평균가다. 16주째 이어진 하락 폭이 줄다가 어느 주 상승으로 바뀌는 순간이 전환점이다. 시차를 감안하면 9월 셋째 주 전후 발표부터 눈여겨볼 만하다.
다음은 두바이유 흐름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므로 이 숫자가 100달러 안팎에서 더 오르는지 내리는지가 2~3주 뒤 주유소 가격을 예고한다.
마지막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상황이다. 추가 충돌이나 봉쇄 조짐이 나오면 유가는 다시 튀고, 긴장이 풀리면 상승 압력이 약해진다.
당장 이번 주 주유소 가격이 낮다고 해서 다음 달까지 그 값이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유 시점을 조금 앞당길지 판단할 때는 전광판 숫자보다 두바이유와 환율 쪽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제 흐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