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월 3일 1355원까지 떨어져 약 1년 2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지만 마트 수입 식품값은 거의 그대로다. 환율은 수입물가에서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내려오는 네 단계를 지나며 부분적으로만, 그것도 느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을 빨리 체감하려면 결제 환율이 직접 붙는 해외직구와 항공권 쪽을 보는 편이 낫다.

원·달러 환율이 9월 3일 장중 1355.9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7월 3일(1353.9원)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의 최저다.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 물량을 수시로 내놓은 데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미국 고용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가 약해진 결과다.
숫자만 보면 수입 식품값이 내려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마트 진열대 가격표는 며칠 새 거의 그대로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뉴스와 장바구니 사이의 이 간극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Marcial Comeron
핵심은 환율이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꽂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해외 물가가 국내 소비자가격에 닿는 경로는 네 단계다. 외화 기준 수입물가에서 원화 기준 수입물가로, 다시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이어진다. 단계마다 시차가 생기고, 그 사이에서 충격이 흡수된다.
전가되는 폭도 생각보다 작다. 여러 분석은 환율이 1% 움직여도 소비자물가는 대략 0.1% 안팎만 반응한다고 본다.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환율에 거의 그대로 따라 움직이지만, 소비자 단계로 내려올수록 반영 폭이 줄어드는 부분 전가 구조다. 원유나 곡물처럼 국내 대체가 어려운 원자재는 전가율이 높지만, 완제품일수록 그 정도가 약해진다.
시차와 부분 전가에 더해, 유통 현장에는 환율 말고도 가격을 붙드는 요인이 많다.
여기에 하방경직성도 있다. 오를 때는 비교적 빨리 반영되던 가격이, 내릴 때는 더디게 움직이는 경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오를 땐 금방, 내릴 땐 천천히"라고 느끼는 게 착각만은 아닌 셈이다.
전부 굼뜬 건 아니다. 유통 단계가 짧거나 외화가 결제에 바로 붙는 항목은 환율 하락을 비교적 빨리 돌려준다.
가장 빠른 쪽은 해외직구다. 카드로 외화 결제를 하면 그 시점 환율이 곧장 적용돼, 같은 물건이라도 환율이 낮은 날 결제하면 원화 청구액이 줄어든다. 항공권과 해외여행 경비, 면세점 구매도 외화 기반이라 상대적으로 반응이 빠르다. 주유값도 국제유가와 환율이 함께 반영돼 마트 장바구니보다는 흐름을 빨리 탄다. 다만 기름값은 유류세가 고정돼 있어 환율 효과가 온전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처럼 환율이 낮은 국면에서 이득을 앞당겨 보려면, 반응이 느린 마트 장바구니보다 결제 환율이 직접 붙는 직구나 항공권 쪽을 노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수입 가공식품이나 외식 가격이 내리길 기대한다면, 환율 하락이 낮게 유지되며 재고가 한 바퀴 돌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