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까지 급등하며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었다. 국내 주유비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도시가스 난방비는 그보다 늦고 완만하게 오른다. 주유 타이밍과 우리 집 난방 방식, 요금 감면 대상 여부를 지금 점검해두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브렌트유는 하루 6%가량 뛰며 107달러까지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100달러를 넘어섰다. 겨울을 앞둔 가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원인은 산유 지역 자체가 아니라 그 기름이 지나는 길목에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졌고,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하면서 대체 항로마저 불안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는 해협에서 북쪽으로 70~80km 떨어진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했다. 두 길이 동시에 좁아지면 가격은 공급량보다 먼저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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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오늘 올랐다고 내일 주유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국제 시세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가 걸린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1~2주 전에 사둔 재고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소진되고 비싸게 들여온 물량이 판매대에 올라야 소비자 가격이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 주유소 가격이 잠잠하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전국 주유소 기름값은 16주 연속 내리던 참이었는데, 이번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하락세가 끝나고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즉 앞으로 몇 주가 지금보다 쌀 확률이 높은 구간일 수 있다.
다만 반영 폭은 유가 상승분을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국내 가격에는 유류세와 유통 마진이 정액으로 붙어 있고, 원·달러 환율도 함께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유가라도 부담이 더 커지고, 유류세 조정이 있으면 상승분의 일부를 상쇄한다. 그래서 "브렌트가 6% 올랐으니 기름값도 6% 오른다"는 식의 계산은 맞지 않는다.
도시가스 난방비는 기름값과 반영 속도가 다르다.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대부분이 원료비인데, 이 원료비가 국제 유가와 환율에 연동된다. 원리만 보면 유가가 오르면 가스요금도 오른다.
그러나 도시가스 요금은 한국가스공사가 원료를 들여오고, 최종 요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거쳐 정해진다. 국제 가격이 바로 요금표에 찍히는 게 아니라 정책적 조정과 시차를 거친다. 실제로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인상 시점을 미루거나 유보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부담을 없애는 게 아니라 뒤로 미룬다는 점이다. 인상 요인이 반영되지 않고 쌓이면, 유가가 진정된 뒤에도 요금 인상 압력으로 남는다. 이번 겨울 요금이 억눌리더라도 다음 조정에서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등유(보일러등유)를 쓰는 가구는 사정이 다르다. 등유는 국제 유가에 더 직접적이고 빠르게 연동되기 때문에, 도시가스가 안 들어오는 지역일수록 이번 급등의 체감이 빠르다.
당장 요금이 바뀌지 않아도 미리 확인해두면 손해를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정리하면, 이번 유가 급등은 주유비에 2~3주 뒤부터, 난방비에는 그보다 늦고 완만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도시가스처럼 정책으로 눌린 부담은 사라지지 않고 이월된다는 점은 감안해두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