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해도 국내 기름값은 2~3주 시차와 정부 동결로 천천히 반영되지만, 상승분은 결국 연료비에서 운송·식품·생활물가로 순서를 밟아 번진다. KDI는 올해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최대 1.6%포인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량 연료비, 항공·여행비, 외식·장바구니 순으로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지출 점검도 이 순서로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9월 둘째 주 두바이유는 배럴당 114.7달러로 한 주 만에 14달러 넘게 뛰었다. 중동의 무력 충돌이 번지면서 원유 수송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값을 밀어 올렸다. 그런데 정작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L당 1859원대로, 오히려 17주 연속 내림세다.
괴리처럼 보이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국제유가 변동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판매가에 반영되고,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해 둔 것도 완충 역할을 한다. 즉 지금 오른 국제유가는 아직 주유소 계기판에 다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다. 시차를 감안하면, 상승분은 앞으로 순서를 밟아 생활비 곳곳으로 옮겨간다.

Eduardo Soares
유가가 오를 때 지갑이 흔들리는 데는 순서가 있다. 연료를 직접 쓰는 항목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반응하고, 이후 그 연료로 움직이는 서비스와 물건으로 번진다.
| 단계 | 대표 품목 | 지출 성격 |
|---|---|---|
| 1. 직접 연료비 | 휘발유·경유·등유(난방) | 매달 쓰는 이동·난방비 |
| 2. 이동 서비스 | 국제항공료·해외여행비 | 큰 목돈, 시기 조절 가능 |
| 3. 먹거리 | 농축수산물·외식 | 매일의 장바구니 |
| 4. 전반 확산 | 공산품·생활물가 전반 | 체감 물가 |
실제로 유가가 크게 올랐던 국면의 통계를 보면 이 순서가 뚜렷하다. 한 보도에 따르면 그 시기 휘발유는 23%, 경유는 33%, 난방용 등유는 23%가량 뛰었고, 뒤이어 국제항공료가 28%, 해외단체여행비가 24% 올랐다. 그다음에야 농축수산물(3%대)과 외식, 공업제품(4%대)으로 상승이 옮겨갔다. 연료가 먼저 크게, 최종 소비재는 늦게 조금씩 반영된 셈이다.
원유는 자동차 연료이자 항공유, 그리고 수많은 물건의 운송·생산 원가에 들어간다. 그래서 유가가 오르면 연료를 그대로 소비하는 항목이 곧바로 값에 반영된다. 반면 식료품이나 공산품은 생산·운송·유통을 거치며 원가에 스며들기 때문에 반영이 늦고, 그만큼 폭도 완만하다.
KDI는 올해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1.0~1.6%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바이유가 10%포인트 오르면 석유류를 뺀 근원물가만 0.10%포인트 높아진다는 계산도 내놨다. 유가가 기름값 하나로 끝나지 않고 물가 전반으로 스며든다는 뜻이다.
부담이 번지는 순서를 알면 점검 순서도 정해진다. 위에서 흔들리는 것부터 손대는 편이 효율적이다.
모든 항목을 한꺼번에 조일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국내 기름값이 아직 잠잠할 때, 시차를 두고 다가올 상승분을 항목별로 나눠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