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잭슨홀에서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접혔고, 이는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경로로 국내 식탁에 영향을 준다.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로 넘어오는 데는 통상 3~6개월이 걸리고, 재고가 소진된 뒤 반영되는 가공식품값은 한 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다. 소비자는 원·달러 환율, 한국은행 수입물가지수, 국제 원자재값, 식품업체 출고가 공지를 순서대로 살피면 몇 달 앞을 가늠할 수 있다.

8월 27일 미국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물가를 경고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고하고 끈적하다"고 했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물가가 아직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연초까지 시장에 퍼졌던 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접혔다.
미국 이야기가 왜 국내 장바구니와 연결되나. 연준이 금리를 더 오래, 혹은 더 높이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주면 달러가 강해지고 상대적으로 원화가 약해진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물건을 사와도 원화로 치를 값이 커진다. 이것이 수입 식료품값으로 번지는 출발점이다.

Sergei Starostin
환율이 오른다고 마트 가격표가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해외 요인은 외화 기준 수입물가에서 원화 기준 수입물가로, 다시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단계를 밟아 넘어온다. 각 단계 사이에 시차가 있다.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대체로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특히 밀이나 원두 같은 원재료는 계약을 맺고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만 3~6개월이 소요돼, 환율이 오른 시점과 값이 오르는 시점이 한 분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 환율이 튀었다면 그 부담이 가공식품 가격에 얹히는 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는 완충 장치가 있다. 업체들은 미리 확보한 원재료와 포장재 재고를 쓰는 동안은 비용 상승을 버틴다. 재고가 소진되고 비싸진 원재료가 생산 현장에 실제 투입되기 시작하면 그때 가격이 움직인다. 그래서 반영은 늦지만, 한 번 오른 가격은 환율이 다시 내려도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분명하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서 고환율이 이어지는 사이 최근 5년간 수입 커피 가격은 약 280퍼센트, 소고기는 약 60퍼센트 올랐다. 국제 아라비카 원두는 톤당 8천여 달러로 연초 대비 20퍼센트 가까이 뛰었다. 이런 원가 부담은 결국 제품 출고가로 이어져, 농심은 용기면과 스낵 등 43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5.8퍼센트 올리기로 했다.
식탁 물가는 연준 발언 다음 날 바뀌지 않는다. 몇 달 앞을 보고 싶다면 다음 신호를 순서대로 챙기면 된다.
정리하면 연준의 물가 경고는 환율을 지렛대 삼아 몇 달의 시차를 두고 수입 식료품값으로 번진다. 당장 사재기를 할 일은 아니지만, 환율과 수입물가가 동시에 오름세를 굳히는 국면이라면 자주 사는 수입 가공식품 몇 가지는 가격 흐름을 한번 확인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