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3.1% 중 약 0.58%포인트는 지난해 통신요금 50% 할인이 끝나며 생긴 기저효과로, 이를 빼면 실제 상승률은 2.5%다. 통신비 착시를 걷어내도 석유류와 쌀·달걀 등 먹거리가 오르고 근원물가는 3.4%로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다음 발표에서는 헤드라인 대신 근원물가, 생활물가지수, 전월 대비 흐름을 함께 보면 기저효과에 덜 흔들린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를 두고 "그렇게까지 올랐나" 싶은 사람이 적지 않다. 지수와 체감이 벌어진 핵심에는 통신비가 있다. 통계에는 휴대전화료가 1년 전보다 26.7% 오른 것으로 잡혔는데, 정작 이번 달 요금 고지서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이해하면 3.1%라는 숫자를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나'를 잰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보상으로 전체 가입자 요금을 50% 깎아준 탓에, 그때의 요금이 유난히 낮았다. 올해는 그 할인이 없으니 통계상으로는 요금이 크게 뛴 것처럼 보인다. 요금이 새로 오른 게 아니라 비교 기준이 낮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기저효과라고 부른다.

Le Thanh Huyen
국가데이터처는 이 기저효과가 물가 상승률을 약 0.58%포인트 밀어 올린 것으로 봤다. 통신비 요인을 걷어내면 8월 물가 상승률은 2.5%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3.1% 가운데 6분의 1가량이 지난해 할인의 반작용인 셈이다. 물가가 6월 3.2%에서 7월 2.8%로 내렸다가 8월 3.1%로 다시 오른 반등도, 이 통신비 요인을 빼고 보면 결이 달라진다.
같은 3.1%라도 무엇이 끌어올렸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일시적 기저효과가 원인이면 시간이 지나며 자연히 빠지지만, 실제 수요나 비용이 원인이면 물가가 눌러앉는다. 그래서 헤드라인 숫자 하나만 보고 물가가 급등했다고 판단하면 방향을 놓치기 쉽다.
통신비를 제외한 2.5%는 다른 품목이 채운다. 먼저 석유류가 14.2% 올랐다. 휘발유가 11.5%, 경유가 19.6% 뛰어 이동·난방 비용을 자극했다. 먹거리에서는 쌀이 6.2%, 수입 쇠고기가 7.4%, 달걀이 5.2%, 고등어가 6.5% 올랐다.
채소류는 폭염과 휴가철 수요가 겹치며 한 달 새 12.4% 뛰어, 전월 대비로도 부담이 커졌다. 주목할 지표는 근원물가다. 통신비나 기름값처럼 출렁이는 항목을 뺀 이 수치가 3.4%로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일시 요인을 걷어내도 물가의 바탕이 단단하게 올라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농축수산물 전체는 출하량 증가와 할인행사로 전년보다 2.6% 내려, 오른 것과 내린 것이 뒤섞여 있다.
물가 지표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몇 개를 겹쳐 봐야 실체가 드러난다. 다음 발표를 볼 때 아래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하면 착시에 덜 흔들린다.
통신비 역기저효과는 지난해 할인이 있었던 기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그때마다 헤드라인 숫자에 놀라기보다, 통신비를 뺀 값과 근원물가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는 편이 물가의 진짜 온도를 읽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