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상승은 신제품 출고가에 몇 분기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올해 나온 갤럭시북·LG그램·맥북 가격 인상으로 이미 소비자 가격에 도착했다. 고용량 프리미엄 노트북과 AI PC, 상위 스마트폰처럼 메모리를 많이 쓰는 제품일수록 인상 폭이 크고, 범용 메모리 공급 감소로 보급형까지 차례가 올 전망이다. 가격이 내리기보다 오르는 속도만 느려지는 국면이라, 당장 필요하면 덜 오른 재고를, 여유가 있으면 상승세 둔화 신호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다.
메모리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는 먼 공장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숫자는 이미 매장 가격표에 도착해 있다. 올해 나온 삼성 갤럭시북6 프로 14형의 출고가는 341만 원으로, 전작인 갤럭시북5 프로의 176만 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사양 차이가 있어 가격 전부를 메모리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메모리값 상승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LG 그램 프로 신형도 전작보다 50만 원가량 올랐고, 애플 역시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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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이 오른다고 그날로 완제품 값이 오르지는 않는다. 사이에 시차가 있다. 제조사는 먼저 쌓아둔 재고로 버티고, 그다음엔 자사 마진을 깎아 일부를 흡수한다. 소비자 가격을 바로 올리면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그 완충이 한계에 이르면 가격은 신제품 출고가에 얹혀 한꺼번에 반영된다. 같은 모델의 값을 중간에 올리기보다 새 모델을 내놓을 때 올리는 쪽이 저항이 적어서다. 증권가에서도 제조사들이 흡수해 온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라, 하반기 들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중심으로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즉 지금 체감되는 인상은 앞서 오른 메모리값이 몇 분기 늦게 도착한 결과다.
같은 폭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메모리를 많이 쓰는 제품일수록 타격이 크다. 고용량 램과 저장공간을 얹은 프리미엄 노트북, AI 연산을 위해 메모리를 늘린 이른바 AI PC, 그리고 저장용량이 큰 상위 스마트폰이 여기 해당한다. 실제로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15%에서 20%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메모리값은 완제품 원가를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됐다.
반대로 메모리 용량이 작은 보급형은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완만하다. 다만 이것도 시간문제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에 제조사들이 생산을 몰면서 PC·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공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결국 보급형까지 차례가 온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보다 5.4% 줄 것으로 전망했는데, 값이 오르자 수요가 주춤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핵심은 가격이 내리는 게 아니라 오르는 속도만 느려지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트렌드포스 추정으로 범용 D램 상승 폭은 1분기 90%대에서 4분기 20%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플러스다. 기다린다고 전 저점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판단은 필요와 시점으로 나뉜다.
정리하면, 메모리발 인상은 이미 시작됐고 당분간 방향을 바꾸긴 어렵다. 당장 필요하면 덜 오른 재고를 빨리, 여유가 있으면 상승세가 꺾이는 신호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