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월 초 1,559원에서 9월 들어 1,350원대까지 빠르게 내리며 원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 판매가에 닿기까지는 시차가 있고, 기업이 이익을 다 반영하지 않는 불완전 전가 탓에 체감 효과는 작다. 해외직구나 에너지처럼 환율이 곧장 반영되는 품목은 빨리 반응하지만 가공·유통을 거친 수입 식품은 느리니 곧바로 값 인하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현실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장중 1,559원까지 올랐다가 9월 들어 1,350원대로 내려왔다. 두 달 남짓 만에 200원 가까이 빠진, 뚜렷한 원화 강세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외국인 자금 유입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까지 겹친 결과다.
원화가 강해지면 같은 물건을 더 적은 원화로 사 올 수 있으니 수입 물가가 내려가는 게 상식이다. 실제로 수입물가는 최근 두 달 전월 대비 내리막을 탔다. 다만 그 하락이 마트 진열대 가격표까지 그대로 내려오는 데는 시차와 몇 겹의 장애물이 있다.

Sergei Starostin
8월 반도체 수출은 466억 달러로 전년보다 209%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이 늘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많아져 원화 가치를 밀어 올리는 힘이 된다.
그러나 이번 원화 강세를 반도체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다. 외국인 주식 자금이 들어오고,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를 약하게 만든 영향이 함께 작용했다. 수출과 환율은 곧바로 연결된 관계라기보다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얽힌 사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환율이 소비자 가격에 닿기까지는 경로가 있다. 환율이 내리면 먼저 수입물가가 반응하고, 이어 그 원재료·중간재를 쓰는 생산자물가가 움직이며, 마지막으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국은행도 수입·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단계를 내려갈수록 효과가 옅어진다는 점이다. 연구들은 환율 변동이 수입물가에는 크게, 소비자물가로 갈수록 작게 전가된다고 본다. 7월 수입물가만 봐도 전월 대비로는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8.7% 높은 수준이었다. 8월 수출입물가지수는 9월 15일 발표된다.
환율 이득이 판매가로 잘 넘어오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다. 첫째는 시차다. 전가 효과는 단기보다 장기에 크게 나타나, 환율이 내려도 매장 가격은 몇 달 뒤에야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불완전 전가다. 기업은 환율로 아낀 비용을 전부 값에 반영하지 않고, 그동안 눌려 있던 마진을 먼저 회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셋째는 다른 비용이다. 임대료·인건비·물류비가 이미 올라 있으면 수입 단가가 내려도 그 절감분이 상쇄된다.
그래서 원화 강세 뉴스를 봤다고 곧바로 수입품 값 인하를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다. 대신 품목별로 반응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기준으로 삼는 게 낫다. 해외직구는 결제 시점 환율이 거의 즉시 반영돼 원화 강세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다. 에너지나 원자재처럼 수입 비중이 큰 품목도 비교적 빠르게 움직인다. 반대로 가공과 유통을 여러 단계 거치는 수입 식품·생필품은 환율 효과가 늦고 작게 온다. 환율 하락이 몇 달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함께 내릴 때 비로소 장바구니에서 체감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결국 환율은 물가를 움직이는 여러 손잡이 중 하나일 뿐, 그것 하나로 생활비가 곧장 내려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