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을 비롯한 식품 기업이 미국에 낸 관세를 돌려받는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이 관세는 미국에 수출한 물량에 붙은 미국 쪽 비용이어서 국내 소매가와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환급이 이뤄져도 장바구니 라면·과자 값이 내려갈 이유는 되지 못한다. 국내 가격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소맥·원당 같은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다.

식품 기업이 관세를 돌려받는다는 소식을 접하면 라면이나 과자 값도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판매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문제의 관세는 미국이 수입품에 매긴 상호관세다. 농심의 경우 미국법인이 미국으로 보낸 물량에 부과된 관세이고, 소송을 낸 주체도 관세를 납부한 미국 현지법인이다. 즉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 비용을 미국 정부에 돌려달라는 다툼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집는 라면 한 봉지의 가격표와는 다른 나라, 다른 장부의 이야기다.

Sergio Zhukov
한국에서 파는 라면·과자 값은 국내에서 쓰는 밀가루, 팜유, 설탕 같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그리고 환율로 결정된다. 미국이 수출품에 매긴 관세는 이 원가 구조에 들어오지 않는다. 미국 관세가 오르거나 내려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국내에 파는 제품의 원가는 그대로다.
그래서 '식품사 관세 환급'이라는 제목만 보고 국내 물가 인하를 떠올리면 연결 고리가 끊긴 기대가 된다. LG생활건강, 대상, 풀무원, 오뚜기가 이미 환급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국내 제품 가격을 내렸다는 소식은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령 미국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환급이 가격 인하로 이어지긴 어렵다. 환급은 과거에 낸 관세를 되돌려 받는 일회성 회수다. 앞으로의 원가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게 아니라 이미 지나간 비용을 정산하는 성격이라, 기업이 이를 근거로 선반 가격을 깎을 유인은 약하다.
방향은 오히려 반대다. 국내 가공식품 물가는 올라가는 추세다.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1%에서 8월 1.5%, 9월 2.1%로 넓어졌다. 키움증권은 10월 보고서에서 소맥과 유가 흐름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 중 월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관세를 돌려받는 것과 장바구니 값이 오르는 것은 서로 다른 축에서 움직이는 셈이다.
값을 끌어올리는 건 원재료다. 연초 대비 소맥은 33%, 원당은 39%, 대두는 24% 올랐다. 지정학적 물류 차질과 작황 우려가 겹친 결과다. 키움증권은 내년 초 밀가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는데, 밀가루가 오르면 라면·과자·빵으로 시차를 두고 번진다.
환율도 변수다.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여도 국제 곡물가와 유가가 오르면 수입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 비용 부담은 커진다. 특히 라면과 과자는 가격대가 낮고 대체재가 마땅치 않아,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비교적 쉽게 넘긴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 환급 뉴스 대신 다음 세 가지를 보는 편이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하는 데 낫다. 첫째, 통계청이 매달 내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다. 전체 물가보다 이 항목이 더 빨리 오르는지 확인하면 된다. 둘째, 소맥·원당 같은 국제 곡물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다. 원료값이 오르면 몇 달 뒤 제품값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밀가루 같은 원료 가격 인상 소식이다. 제분 단계 인상은 최종 제품 인상의 예고에 가깝다. 관세 환급은 기업 손익과 미국 시장의 일이고, 내 장바구니를 움직이는 신호는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