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아직 확정 전이지만, 보유보다 거주에 세제 혜택을 몰아주는 방향이 분명해지면서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전세 거래는 1년 새 약 38% 줄고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는 등 세입자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신호가 뚜렷하다. 갱신을 앞둔 세입자라면 집주인의 실거주 가능성, 갱신 거절 뒤 실제 거주 여부, 월세 전환 대비를 미리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8월 초 발표했지만, 이 안은 아직 확정된 법이 아니다. 앞으로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마쳐야 최종 확정되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임대차 시장은 발표 직후부터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금 계산법이 바뀌는 방향이 분명해지자, 집주인들이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셈법을 다시 짜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는 몇 달 뒤부터 적용되지만 임대차 계약은 지금 맺어야 하니, 집주인의 예상 대응이 앞당겨 반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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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안의 큰 방향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원칙이다. 실제로 살고 있는 1주택자의 세금은 낮추고, 세를 놓고 다른 곳에 사는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부담은 높이는 구조다. 종합부동산세만 봐도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늘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든다. 세금 계산의 바탕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70%로 오른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 기간이 아니라 실제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개편돼, 직접 살지 않으면 공제 폭이 크게 줄어든다.
이 구조에서 세 부담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들어가 사는 것이다. 다주택자 사이에서 서로 집을 맞바꿔 각자 실거주 1주택 요건을 맞추는 식의 절세 아이디어가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27~2028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팔고 나갈 '퇴로'까지 열어줬다. 전문가들은 이 완화가 끝나기 전인 2027년에 절세 목적의 매물이 몰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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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움직임이 세입자의 선택지를 좁힌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세금을 아끼려 직접 들어가 살기로 하면, 지금 세 들어 있는 집의 계약이 끝날 수 있다. 집주인 본인의 실거주는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정 사유이기 때문이다.
숫자로도 흐름이 보인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026년 6월 8천여 건으로 1년 전보다 약 38% 줄었고, 같은 달 월세 거래가 전세를 앞질렀다. 8월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건 남짓으로 전년보다 9% 줄었고, 평균 전세가는 1년 새 8% 넘게 올랐다. KB국민은행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전세 공급이 줄며 월세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우리은행 남혁우 연구원도 만기 뒤 새로 맺는 계약부터 월세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 매물이 마르면 세입자는 오른 보증금을 감당하거나 월세로 갈아타야 하는데, 같은 집이라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며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매달 수십만 원을 얹는 조건으로 바뀌면 실질 주거비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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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금 집주인이 실거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유형인지 살펴야 한다. 세를 놓고 다른 곳에 사는 비거주 1주택자나 다주택자라면 절세를 위해 직접 들어올 유인이 크다. 반대로 이미 그 집이 집주인의 유일한 실거주지라면 갑작스러운 실거주 전환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둘째,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실제로는 들어와 살지 않고 제3자에게 다시 세를 놓았다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니 퇴거 이후에도 그 집의 등기 변동과 새 전입 여부를 한동안 확인해 두는 게 좋다. 갱신 협의 과정은 문자나 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근거가 된다.
셋째, 재계약이 월세로 바뀌거나 보증금과 월세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예산을 미리 잡아둬야 한다. 다만 개편안은 아직 확정 전이고 절세 매물은 2027년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당장 갱신 시점이라면 지나친 불안보다 내 집주인의 상황과 계약 조건을 차분히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정부도 전월세 세입자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 확대와 공공임대 공급 확대를 대책으로 내놨으니,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면 세액공제 요건을 미리 챙겨두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