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 투자를 통해 일본 낸드 기업 키옥시아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경쟁당국 심사와 의결권 제한 탓에 당장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SSD와 스마트폰 저장장치 값이 오르는 진짜 원인은 이 딜이 아니라 AI가 촉발한 낸드 품귀다. 소비자는 각국 기업결합 심사 결과와 낸드 증설 시점을 지켜보는 것이 실질적이다.

8월 11일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전한 소식은, SK하이닉스가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표현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주식을 직접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약 4조 원을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했는데, 그 베인 산하 특수목적법인이 지분 14.19%를 확보하며 옛 모회사 도시바(약 14%대로 축소)를 근소하게 제친 것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8년 전 투자가 낸드 시장 재편의 열쇠로 재조명되는 순간이다.

Keifer Costa
여기서 소비자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최대주주가 됐다고 해서 SK하이닉스가 곧바로 키옥시아 경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전환사채를 실제 주식으로 바꿔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한국·일본은 물론 여러 나라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거래 조건상 SK하이닉스 측 의결권은 2028년 전까지 15%를 넘길 수 없도록 묶여 있다. 즉 이사회에 들어가 전략을 바꾸는 식의 실질 지배는 아직 먼 이야기이고, 규제 문턱도 높다.

Andrey Matveev
최근 SSD와 메모리 가격이 무섭게 오르다 보니 이번 지분 뉴스를 값 상승과 연결짓기 쉽지만, 둘은 사실상 별개다. 현재 저장장치 가격 급등의 진짜 원인은 인공지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에 55~60%, 2분기에는 70~75%씩 분기마다 뛰었다. 1TB 소비자용 SSD가 지난해 말 45달러 안팎에서 90달러 가까이로 두 배가 됐다는 집계도 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생산 능력이 쏠리면서 일반 낸드와 D램이 품귀에 빠졌고, PC·스마트폰 업체들은 오히려 제품 탑재 용량을 줄이며 버티는 상황이다. 이번 키옥시아 지분 변화가 지금의 가격표를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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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딜이 앞으로 값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가능성은 '천천히, 간접적으로'다. 올해 1분기 기준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약 29%,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포함해 18%가량, 키옥시아가 14%가량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훗날 심사를 넘어 키옥시아에 영향력을 키운다면, 삼성과 'SK+키옥시아' 진영으로 시장이 더 압축돼 경쟁이 줄고 가격이 높게 유지될 소지가 있다. 바로 이 대목이 각국 경쟁당국이 심사에서 따질 지점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지금 당장 지갑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봐도 된다. 대신 앞으로 세 가지를 지켜보면 된다. 첫째, 한국·일본·중국·유럽·미국 등의 기업결합 심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둘째,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고 경영에 참여하는 단계로 가는지. 셋째, AI발 품귀를 풀어 줄 낸드 증설이 언제쯤 이뤄지는지다. 특히 세 번째가 당분간 SSD와 스마트폰 저장장치 값을 좌우할 열쇠이고, 업계는 그 여유가 2027년 말에서 2028년은 돼야 생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