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63%로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신규 연체만 한 달 새 3조2천억원 늘었다. 연체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내 신용이 그대로여도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갱신 시 금리나 한도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 만기일과 금리를 미리 정리하고, 소득이 흔들리기 전에 은행에 조정을 문의하는 것이 연체 기록이 남은 뒤보다 유리하다.
금융감독원이 9월 2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7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로 발생한 연체액만 한 달 사이 3조2천억원에 이른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금융취약성지수(FVI)가 2분기 46.5포인트로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남의 일 같지만,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다면 짚어볼 대목이 있다. 연체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내 신용 상태가 그대로여도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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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상승의 배경은 고금리가 오래 이어진 데 있다.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019조원을 넘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영업자 사이의 양극화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을 신용등급별로 보면 우량한 3등급 연체율은 0.05%로 2021년 말보다 오히려 낮다. 반면 7등급은 1.68%에서 6.58%로 약 네 배, 9등급은 4.56%에서 23.58%로 다섯 배 넘게 뛰었다. 같은 7등급이라도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3.20%인데 개인사업자는 6.58%로 두 배가 넘는다. 부담이 아래쪽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대부분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고, 그때마다 은행이 조건을 다시 매긴다. 이 재약정 시점에 은행은 내 소득과 신용점수뿐 아니라 시장금리와 자기 건전성까지 함께 본다.
연체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은행도 손실에 대비해 위험 관리를 강화한다. 그 결과 새로 나가거나 갱신되는 대출의 가산금리가 오르거나, 한도가 줄거나,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내가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어도, 전체 시장의 위험이 커지면 갱신 조건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특정 개인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연체율 상승기에 반복되는 구조에 가깝다.
아직 연체가 없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다음을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연체 정보는 단기간에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고, 한번 남으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순서상 '갚지 못하게 된 뒤 대응'보다 '갚지 못할 것 같을 때 미리 조정'이 부담이 작다.
한국은행이 지목한 위험은 집값, 취약차주, 유동성 세 갈래다. 다만 금융취약성지수가 높다는 것은 충격이 왔을 때 흔들릴 여지가 크다는 신호이지, 위기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연체율 0.63%도 절대 수준으로는 아직 낮은 편에 속한다.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과 당장 위기라는 진단은 구분해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다만 방향이 위쪽을 가리키고 있으니, 갱신을 앞둔 대출이 있다면 지금이 조건을 점검하기 좋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