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가 아닌 3.5%였을 것이라며, 제도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눌렀다고 발표했다. 억제분은 휘발유 기준 리터당 약 200원 안팎으로 추산돼, 월 주유량에 곱하면 100리터 기준 약 2만 원을 덜 낸 셈이다. 다만 수조 원대 재정으로 버티는 한시 조치인 만큼, 상한이 조정·종료될 때를 대비해 오피넷 최저가 조회와 지원 제도를 점검해두는 것이 좋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휘발유·경유의 소매 가격에 상한선을 둔 한시 조치다. 시장 가격이 상한을 넘으면 그 차액을 정부 재정으로 메워 소비자가 내는 값을 묶어두는 방식이다.
현재 적용 중인 5차 최고가격제는 8월부터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상한이 설정돼 있다. 여기에 9월까지 연장된 유류세 인하가 겹쳐, 휘발유는 리터당 122원, 경유는 145원을 추가로 깎아주고 있다. 두 장치가 함께 기름값을 아래로 누르고 있는 셈이다.

Engin Akyurt
정부 발표의 핵심은 숫자 하나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9%였는데,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이 수치가 3.5%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도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눌렀다는 계산이다.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합치면 물가를 1.2%포인트 방어했다는 추산도 나온다.
그만큼 유가 압력이 셌다. 9월 두바이유 평균값은 배럴당 113.7달러로, 정부가 예산을 짤 때 가정한 85달러보다 33.8% 높았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4.8% 올라 전월(14.2%)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상한제가 없었다면 주유소 전광판 숫자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체감액은 간단한 곱셈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 추산으로 최고가격제가 눌러준 몫은 휘발유 기준 리터당 약 200원 안팎이다. 여기에 내 한 달 주유량을 곱하면 된다.
| 월 주유량 | 리터당 억제액(추산) | 월 절감 추정 |
|---|---|---|
| 50L | 약 200원 | 약 1만 원 |
| 100L | 약 200원 | 약 2만 원 |
| 150L | 약 200원 | 약 3만 원 |
출퇴근으로 월 100리터 안팎을 넣는 운전자라면 한 달 2만 원 정도를 덜 낸 셈이다. 다만 이 억제분은 보도마다 리터당 200~270원으로 차이가 있어, 위 금액은 정확한 청구서가 아니라 체감 규모를 잡는 눈대중으로 보는 게 맞다. 실제로 제도 시행 뒤 주유소 소매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6% 줄었고, 특히 경유 소비가 8.4% 감소했다. 값을 눌러도 쓰는 양 자체는 아껴 쓰는 분위기인데, 경유를 많이 쓰는 화물·영업용 운전자일수록 체감 억제 효과가 더 크다.
문제는 이 장치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한을 넘는 차액을 정부가 세금으로 메우고 있어 누적 부담이 수조 원대로 불어났다. 재정으로 버티는 구조인 만큼 영구히 이어지기는 어렵고, 유가가 안정되면 상한이 조정되거나 제도가 종료될 수 있다. 그 순간 눌려 있던 가격이 한꺼번에 반영되면 체감 기름값은 지금보다 뛸 수 있다.
대비는 거창하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으로 동네 최저가 주유소를 확인하는 습관만 들여도 리터당 수십 원을 아낄 수 있다. 화물차 등은 유가연동보조금 같은 지원 제도의 대상인지 미리 점검해두면 좋다. 제도가 눌러주는 지금의 가격을 '기본값'으로 여기지 말고, 상한이 풀렸을 때를 염두에 두고 주유 습관을 점검해두는 편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