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첫 비만약 에페의 첫 4주분 공급가는 12만9800원으로 수입약 절반 수준이지만, 용량을 올리는 4주마다 값이 22만원대, 27만원대, 29만원대로 계단식으로 뛴다. 비급여 약이라 같은 약도 병원·약국마다 판매가가 다르고,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공급가에 진료비까지 더해진다. 처방 전에 유지 용량의 월 공급가와 실제 판매가, 증량 일정을 물어 단계별로 계산해야 '첫 달 반값'에 가려진 실제 지출이 드러난다.

한미약품의 국산 비만약 에페가 10월 29일 처방을 시작하면서 '첫 달 12만9800원'이 눈길을 끌었다. 수입약 마운자로 최저 용량 4주분 27만8066원의 절반이다. 하지만 이 값은 가장 낮은 용량으로 시작하는 첫 4주에만 해당한다.
에페는 2mg으로 시작해 4mg, 6mg, 8mg을 거쳐 10mg까지 4주 단위로 용량을 올린다. 용량이 오르면 4주분 공급가도 따라 오른다.
| 투약 주차 | 용량 | 4주분 공급가 |
|---|---|---|
| 1~4주 | 2→4mg | 12만9800원 |
| 5~8주 | 6mg | 22만8800원 |
| 9~12주 | 8mg | 27만7200원 |
| 13주~ | 10mg | 29만9200원 |
9주 차만 돼도 첫 달의 두 배가 넘는다. '반값'이라는 인상만 남기면 실제 한 달 지출을 절반 가까이 적게 잡는 착시가 생긴다.

Henrikas Mackevicius
위 표의 숫자는 제약사가 공개한 공급가다. 내가 실제로 내는 돈은 여기서 더 올라간다. 비만약은 비급여라 약값에 건강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병원 진료비도 따로 붙는다.
게다가 비급여는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같은 에페라도 의원마다 판매가가 다르다. 처방 초기에는 환자를 모으려 공급가보다 낮게 파는 곳도 있다. 서울의 한 동네의원은 첫 2주분을 4만4000원에 내놨다. 반대로 공급가에 진료비를 더해 더 비싸게 받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계산은 이렇게 한다. '내 유지 용량의 4주분 판매가 + 재진 진료비'를 한 달 단위로 잡고, 목표 체중에 이를 때까지의 개월 수를 곱한다. 공급가표는 하한선을 가늠하는 참고치로만 쓰고, 실제 숫자는 다니려는 병원에서 받아야 맞다.
처방을 받기 전 아래를 확인하면 지출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수입약과 맞댈 때도 같은 용량 구간을 봐야 한다. 첫 달만 비교하면 에페가 절반이지만, 유지기로 가면 에페 약 30만원, 마운자로 5mg 약 37만원으로 차이가 2할 수준으로 좁아진다.
여기에 효과 변수가 있다. 전문가들은 마운자로 5mg의 감량 효과가 에페 최고 용량과 비슷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달에 나가는 돈이 아니라 같은 감량을 얻는 데 드는 돈으로 보면 비교는 더 복잡해진다. 당장은 에페가 월 지출을 낮춰 주는 선택지인 건 분명하지만, '반값'이라는 한 단어로 전체 비용을 재단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