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수요로 범용 D램·낸드가 품귀를 빚으면서 DDR4 고정거래가는 1년 반 새 약 10배로 뛰었다. 메모리 비중이 큰 스마트폰과 PC·노트북은 가격 인상이 직접적이지만, 가전은 TV처럼 오른 품목과 냉장고처럼 내린 품목이 갈려 영향이 제각각이다. 메모리·SSD 비중이 큰 제품은 선구매를 고려하고, 비중이 작은 생활가전은 필요할 때 사는 것이 판단 기준이 된다.

출발점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AI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버가 메모리를 대량으로 빨아들이면서,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서버용 메모리 생산에 라인을 몰았다. 그 결과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낸드 생산이 밀렸고, 품귀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규모가 작지 않다. 테크 업계 집계를 보면 지난해 3월 1.35달러였던 DDR4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들어 13달러 수준까지 뛰었다. 1년 반 만에 약 10배다. 이 상승분이 완제품 원가로 흘러들면서 '메모리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Sami Abdullah
메모리 비중이 큰 제품일수록 가격 반영이 빠르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월 갤럭시 S26 시리즈를 전작보다 9만9000원 올렸고, 업계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가 약 7% 오를 것으로 본다.
PC와 노트북은 충격이 더 직접적이다. 메모리와 SSD가 노트북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5% 수준에서 올해 1분기 3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투데이에 따르면 저가형 노트북 소매가는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고, 900달러짜리가 1,260달러 선으로 뛰는 식이다. 인텔은 엔트리급·구형 CPU 가격을 이미 15% 넘게 올렸다.
여기서 핵심은 저가형이 먼저 맞는다는 점이다. 가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몫이 크기 때문에, 같은 인상폭이라도 저가 제품의 체감이 더 크다.
그렇다면 TV나 냉장고도 같이 오를까. 여기서는 신중해야 한다. 가전은 메모리 외에 구리, 합성수지, 철강 같은 원자재가 함께 들어가 가격 흐름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8월 가격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품목별로 갈렸다.
| 품목 | 8월 가격 변동(전년 동월 대비) |
|---|---|
| 의류건조기 | +8.1% |
| 세탁기 | +6.3% |
| TV | +3.9% |
| 냉장고 | -2.4% |
| 식기세척기 | -1.8% |
TV는 변동성이 컸다. LG전자의 경우 상반기 영상기기용 칩 평균가격이 2025년 평균보다 37.4% 올랐고, TV 평균 판매가도 9.9% 상승했다. 반면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은 메모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삼성전자는 "자재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TCL코리아처럼 메모리 대란을 이유로 TV·냉장고·세탁기 가격 인상을 예고한 업체도 있다.
정리하면 가전 가격은 메모리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TV는 영향을 받지만, 일반 생활가전은 다른 원자재와 환율이 더 크게 작용한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그 제품 가격에서 메모리와 SSD가 차지하는 몫이 큰가'를 보면 된다.
몫이 큰 제품은 더 오르기 전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고용량 메모리나 대용량 SSD를 쓰는 노트북·PC, 교체 시기가 다가온 스마트폰이 여기 해당한다. 특히 저가형 노트북은 인상 전망이 가장 뚜렷하다.
반대로 메모리 비중이 작은 냉장고, 청소기, 식기세척기는 메모리값 때문에 서둘러 살 이유가 약하다. 이런 제품은 할인이나 교체 필요가 생겼을 때 사면 된다. TV는 중간이다. 지금 꼭 필요하면 오름세를 감안해 앞당기고, 급하지 않다면 프로모션을 기다리는 쪽이 낫다.
다만 지금 나온 인상폭 상당수는 확정이 아니라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이 풀리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제품부터 순서를 정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