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은 수입 농축수산물의 관세를 낮춰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민감 품목 제외와 단계적 유예로 품목마다 효과가 크게 갈린다. 가격보다 더 큰 변수는 사과·배 같은 신선농산물의 검역 완화로, 값싼 수입품이 새로 들어오는 대신 국내 농가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소비자는 어떤 품목이 양허에서 빠지는지, 검역이 풀리는지, 관세 철폐가 즉시인지 유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CPTPP 가입이 성사되면 수입 먹거리 값이 바로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가입 자체가 아직 멀다. 정부는 2026년 10월 초 이재명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연내 신청을 보류한 상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꼭 가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남은 기간은 농어민 설득에 쓰겠다고 했다. 신청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령 가입하더라도 가격은 품목마다 다른 경로를 탄다. 어떤 품목은 관세가 내려 값이 싸질 여지가 생기고, 어떤 품목은 검역 빗장이 풀리며 아예 새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반대로 국내 생산이 줄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출렁일 수 있는 품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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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는 회원국 간 관세를 폭넓게 없애는 협정이다. 농산물 관세철폐율이 평균 96% 수준으로, 한국이 기존 FTA에서 적용해 온 평균 79%보다 훨씬 높다. 철폐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관세가 붙던 수입 농축수산물의 가격 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 구분 | 농산물 관세철폐율 |
|---|---|
| CPTPP 평균 | 약 96% |
| 한국 기존 FTA 평균 | 약 79% |
| 일본(민감품목 방어 사례) | 약 74% |
다만 모든 품목이 똑같이 싸지는 건 아니다. 일본은 쌀과 쇠고기·돼지고기, 유제품 같은 민감 품목을 지키려고 농산물 철폐율을 74%로 낮춰 가입했다. 한국도 협상에서 비슷한 방식을 쓸 가능성이 거론된다. 즉 민감 품목은 관세를 오래 유지하거나 단계적으로만 낮출 수 있어,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 인하는 품목과 협상 결과에 따라 갈린다.
전문가들이 가격보다 주목하는 건 검역(SPS) 절차다. 한국은 지금 병해충을 이유로 사과, 배, 복숭아, 단감, 자두 같은 신선농산물의 수입을 막고 있다. 사과와 배는 일부 회원국이 수입 허용을 요청한 지 25년이 넘었다. 가입 협상에서 이 검역 빗장이 풀리면, 관세 인하와는 다른 차원에서 값싼 수입 신선과일이 처음으로 매대에 오를 수 있다.
이 대목이 소비자에게는 선택지 확대이자 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국내 농가에는 직격탄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소개한 연구는 사과와 배 수입이 허용될 경우 농업 GDP 피해액을 각각 연평균 5980억원, 209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내 생산이 줄면 중장기적으로 공급 구조가 바뀌어, 수입품은 싸지는데 국산은 비싸지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 분석도 가입 시 제조업 생산이 연평균 6조원 넘게 늘어나는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 8500억원가량 줄 것으로 봤다.
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 싶다면 숫자 몇 개를 따라가면 된다.
첫째, 어떤 품목이 양허에서 빠지는지다. 쌀·쇠고기·과일처럼 민감 품목이 제외되면 그 품목의 국내 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둘째, 검역 완화 대상에 사과·배가 포함되는지다. 포함되면 신선과일 매대의 선택지와 가격이 가장 먼저 바뀐다. 셋째, 관세 철폐가 즉시인지 단계적(유예기간)인지다. 유예기간이 길수록 체감 인하는 뒤로 밀린다. 가입 신청 여부가 아직 미정인 만큼, 지금은 정부가 내놓을 품목별 양허안과 검역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