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올해 한국 1인당 GDP를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는 4만3511달러로 전망했지만, 이 숫자는 가계가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이 아니다. 1인당 GDP는 기업과 정부 몫까지 포함한 총생산을 인구로 나눈 값이고, 4만 달러 돌파에는 원화 강세라는 환율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생활 체감을 보려면 1인당 GDP 대신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이나 중위소득, 소득 대비 고정비 비중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만3511달러로 전망했다.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는 수치이고, 올해 성장률 전망도 3.3%로 올렸다. 그런데 장을 보거나 월세를 내는 감각은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괴리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1인당 GDP는 내가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1인당 GDP는 나라 안에서 한 해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을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여기에는 가계 소득뿐 아니라 기업이 벌어 쌓아 둔 이익, 정부가 걷어 쓰는 몫, 설비의 감가상각까지 모두 들어간다. 평균으로 한 명씩 나눠 가진 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계 지갑에 들어오는 돈과는 다른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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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로 표시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1인당 GDP는 원화로 계산한 값을 달러로 환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내려가면(원화가 강해지면) 똑같이 벌어도 달러 숫자가 커진다.
실제로 IMF는 지난 4월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이던 때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9165달러로 봤다. 이후 환율이 1300원 중반대로 내려오면서 달러로 환산한 숫자가 4만 달러를 넘어섰다. 생활 수준이 그만큼 좋아져서라기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며 달러 환산액이 불어난 영향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2018년 3만5363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한동안 주춤했던 것도 같은 환율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다. 가계가 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몫을 1인당으로 나눈 값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PGDI는 약 2만515달러였다. 같은 해 1인당 GDP의 절반 안팎에 그친다. 총생산 가운데 기업과 정부가 가져가는 몫이 있기 때문에, 가계로 흘러드는 돈은 전체 숫자보다 훨씬 작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총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남짓으로,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이어져 왔다. 4만 달러와 내 지갑 사이의 거리는 상당 부분 여기서 벌어진다.
평균이라는 점도 함정이다. 1인당 GDP는 고소득층의 큰 몫까지 평균에 포함하므로, 소득이 가운데쯤인 가구가 느끼는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여기에 생활비 구조가 더해진다. 전월세와 대출 이자 같은 고정비는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고,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 가처분소득을 갉아먹는다. 반면 자주 사는 식료품이나 외식 가격은 지표 물가보다 더 올랐다고 느끼기 쉽다. 평균 소득은 늘었다는데 쓸 수 있는 돈은 그대로인 감각은, 이 둘이 어긋나며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