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정부안도 미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카드 결제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뀌면 가맹점 수수료가 연간 수천억 원에서 최대 5조 원까지 줄 수 있다고 봤지만, 이건 가맹점 비용이지 소비자가 내는 돈이 아니다. 환불·포인트·할인 같은 소비자 체감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지금은 법 통과 여부와 수수료 구조 발표를 지켜보면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이 1원 가치에 묶이도록 설계한 디지털자산이다. 값이 요동치는 일반 코인과 달리 결제 수단으로 쓰자는 게 목적이다.
다만 지금 시중에 나온 '스테이블코인 카드'를 코인으로 직접 결제하는 수단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업계 설명에 따르면 이들 카드는 비자 같은 기존 카드망을 그대로 거친다. 코인이 결제 순간 원화나 외화로 바뀌어 카드망을 타는 구조라, 소비자 입장에선 결제 경험이 지금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생기는 지점은 해외 결제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전한 분석을 보면, 일반 신용카드는 해외 결제 때 환전 마진에 비자 수수료 약 1%, 카드 수수료 약 0.2%가 얹힌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드는 비자망 수수료 약 1%만 붙고 환전 마진과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빠진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결제 시점과 청구 시점의 환율 차이로 생기는 손해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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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가 크게 준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대부분 가맹점 기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카드 결제의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될 경우 가맹점이 내는 결제 비용이 연간 약 3700억 원에서 최대 5조 1500억 원까지 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추산은 카드 수수료율을 1.3%, 스테이블코인 수수료율을 0.3%로 가정한 기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 대체 비율이 높아질수록 절감액이 커지는 구조다.
| 카드 결제 대체 비율 | 가맹점 연간 절감액(기준 시나리오) |
|---|---|
| 5% | 약 6100억 원 |
| 10% | 약 1조 2300억 원 |
| 30% | 약 3조 6800억 원 |
숫자만 보면 커 보이지만, 이건 가게가 아끼는 비용이다. 소비자가 물건값에서 직접 깎아 받는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맹점 비용이 줄면 장기적으로 가격에 반영될 여지는 있지만, 그 연결 고리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소비자가 결제 수단을 고를 때 실제로 따지는 건 수수료보다 환불 절차, 포인트 적립, 카드 할인 같은 혜택이다. 그런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설계될지는 확정된 자료가 없다.
카드 결제는 잘못 결제하거나 반품할 때 승인 취소로 되돌리는 절차가 자리를 잡고 있다. 코인 송금 방식은 한 번 보내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성격이 있어, 결제 취소와 환불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지가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 된다. 포인트·할인 같은 부가 혜택도 발행사와 카드사가 어떤 사업 모델을 짜느냐에 달려 있어 지금 단정할 수 없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제도 자체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5년 민병덕 의원 대표발의를 비롯해 여러 법안이 나왔지만, 1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안 제출도 거듭 미뤄졌다.
발목을 잡는 건 '누가 발행하느냐'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 발행에 무게를 두는 반면, 국회와 산업계 일부는 요건을 갖춘 핀테크 등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주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가 단독 입법을 준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발행 주체가 정해져야 수수료와 소비자 보호 규정도 그 위에 얹힌다.
과세 일정도 함께 움직인다. 현행 소득세법상 2027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이 매겨질 예정인데, 유예 법안이 발의되는 등 이 역시 확정 전이다.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과세와 어떻게 얽힐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 당장 생활비 결제 방식을 바꿀 만한 변화는 없고, 바꿀 수 있는 제도도 아직 없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지와 발행 주체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다. 둘째, 실제 결제 상품이 나올 때 공시되는 소비자 수수료와 환불·포인트 조건이다. 특히 해외 결제가 잦다면 환전 마진이 빠지는 구조가 유리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비교하면 된다. 셋째, 발행사의 신뢰성과 담보 자산 구조다. 1코인이 1원 가치를 유지한다는 약속은 그 담보가 실제로 안전하게 적립돼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지금은 광고 문구보다 제도의 빈칸이 더 많은 단계다. 수수료 절감 같은 큰 숫자에 끌리기보다, 내 결제에 실제로 적용될 조건이 공시될 때 따져보는 편이 현실적이다.